우리는 백조(白鳥) 하면 으레 하얀 백조를 연상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선입견일 뿐 검은 백조, 즉 흑조(黑鳥)도 있다. 일찍이 1697년 영국의 자연학자인 존 라삼이 호주 서쪽에 있는 스완강에서 검은 백조(black swan)를 발견했다. 그의 발견은 기존의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리면서 당시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예전에는 블랙 스완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또는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하지만 존 라삼의 발견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 또는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싶다면 늘 면밀하게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관찰이 왕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한 농부가 칠면조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농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칠면조에게 먹이를 가져다준다. 따라서 칠면조는 자신의 친구인 사람이 순전히 자신을 위해 먹이를 준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믿음이 깨지는 순간은 어느 가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벌어진다. 추수감사절 저녁 식탁에 맛있는 칠면조 고기를 올리기 위해 농부는 칠면조를 살육하기 때문이다. 칠면조가 농부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행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관찰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또 다른 예로 어떤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돈을 빌렸는데 높은 이자를 매번 정확하게 갚는다고 하자. 그러면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돈을 빌린 사람을 믿게 되고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게 된다. 하지만 상대방을 믿고 거액을 빌려준 순간, 상대편은 종적을 감춘다.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서 아직도 많이 발생한다. 칠면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과거 면밀한 관찰이 이뤄졌음에도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블랙 스완이라는 용어는 요즘 들어 경제 분야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레바논 출신의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1987년 10월에 발생한 블랙먼데이, 2001년에 발생했던 9·11 테러,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적하며, 이런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극도로 낮으나 일단 일어나면 예기치 못한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가 있다며 이를 블랙 스완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탈레브의 블랙 스완 주장에 근거해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중간 위험을 택하지 않고 투자금의 대부분을 지극히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옵션 등 투기적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블랙 스완 투자라고 한다. 이 같은 투자 전략은 대체로 약간 손실을 보도록 설계돼 있지만 시장이 폭락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블랙 스완 전략에 입각해 운용하는 펀드도 있다. 탈레브 자신은 투자 자금의 90%는 안전한 곳에 넣어두는 보수적인 투자를 하고, 10%의 자금은 벤처캐피탈에 넣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블랙 스완 효과는 비단 경제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쟁, 대지진, 화산 폭발 같은 분야도 예외 없이 등장한다.

 

한동안 전쟁에 둔감했던 우리나라에 2010년과 2011년 들어 전쟁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폭격으로 인해 민간인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수세적인 방어가 북한의 도발을 부추겼다고 판단한 우리나라는 이제 미국과 연합전선을 펴 공격적인 방어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물론 이런 군사적 대응 변화가 북한을 움츠리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쟁 쪽으로 확대시킬 수도 있다. 연평도 폭격 이후에도 우리나라 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군사적 도발이 발생하면 외국인은 주식을 팔고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을 매입했다. 그런데 이번 연평도 도발 때에는 외국 투자가들도 국내 투자가들처럼 주식을 매입했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가 바로 매입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두산 폭발도 또 하나의 이슈다. 10세기경 발해 멸망의 원인을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보는 견해가 있다. 용암 분출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많은 화산재가 넓은 지역으로 퍼져 농작물 수확에 치명타를 줬다는 것이다. 1000여 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이 지반을 흔들면서 예전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백두산 인근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는 중국인들이 이를 감추고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동북아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블랙 스완 효과는 우리가 그동안 확률적으로 정규분포적인 평범한 상황만 가정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진정한 위기관리는 발생할 확률이 낮아도 피해 규모가 큰 이례적인 상황까지 예상하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데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단 1%의 가능성까지 예측하라 - 블랙 스완 효과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 법칙 101, 2011. 2. 28.,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