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스케치가 3D 디지털 모델이 되기까지


현대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 조준희 책임연구원

 

 

종이 위에 그려진 자동차 스케치가, 어떻게 입체적인 형태의 진짜 자동차로 바뀌는지 상상해보신 적 있나요? 자동차 회사의 디지털 디자이너가 바로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가 담긴 조형을 종이에서 끄집어내 3D로 구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현대자동차 디자인CAS(Computer Aided Styling)팀의 조준희 책임연구원을 만나서 들어봤습니다.

 

 

현대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디자인CAS팀의 조준희 책임연구원은 현대자동차에서 12년째 근무 중인데요. 처음 입사해서 6년 동안은 자동차를 스케치하는 스타일링 디자이너로 있다가, 디자인CAS팀으로 이동해서 지금의 디지털 디자인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디지털 디자인 부문은 6명 정도의 그룹으로 운영되고 있었어요. 하지만 점차 그 역할이 커지면서 별도의 디자인CAS팀이 꾸려지게 됐죠. 그래서 당시에 있던 스타일링 디자이너들도 디지털 디자인 기초 교육을 받게 됐어요. 기본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력이 필요했으니까요. 저도 이때 교육을 받으면서 디지털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스타일링 디자인을 내려놓고 새로운 팀에서 일한다는 것에 걱정도 많았지만,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제 성격과도 잘 맞았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결국 디자인CAS팀에 자원하게 됐어요.” 

 

 

현대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 업무, 대공개!

현대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의 업무는 크게 제안단계와 발전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제안단계는 여러 개의 디자인 컨셉이 담긴 안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입니다.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작업은 아이디어 스케치(2D)되어 있는 디자인 안을 디지털모델(3D)로 구현하는 것이에요. 스타일링 디자이너와 디지털 디자이너가 한 조가 되어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에 맞는 조형을 만들어나가죠. 특히 고객들에게 모던 프리미엄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선이나 끝부분 면 처리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여기에 추가적으로 VR(Virtual Reality) 작업이 이루어지는데요. 금속의 광택이나 가죽 등의 소재 질감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완성된 영상모델을 가지고 경영진에서 영상평가를 하게 되죠. 그 다음엔 실물평가도 거치게 되는데요. 빠른 시간 내에 디지털모델을 실물로 검증 하기 때문에 3D프린터를 활용해요.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에서는 분말식 3D프린터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처럼 영상 평가와 실물평가를 거치고 나면 최종적으로 하나의 디자인이 선택됩니다. 발전단계는 최종 선택된 모델을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개선을 반복하는 과정입니다. 


“사실, 스타일링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던 창의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을 거에요. 하지만 자동차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실제 양산을 위해서 설계조건이나 법규 등을 고려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슈퍼카는 납작하고 와이드한 모습이잖아요? 하지만 양산차는 그런 식으로 디자인할 수가 없거든요. 헤드램프를 더 날렵하게 디자인하고 싶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요. 소형차를 디자인할 때도 제네시스 쿠페처럼 스케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형차의 차체 비례에 맞춰서 수정하다 보면 외관이 많이 바뀔 수 밖에 없어요.”

이처럼 디지털 디자이너는, 스타일링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녹아있는 디자인을 실제 양산 가능한 형태로 다듬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최대한 본래 디자인을 살리려고 노력하면서 말이죠. 앞으로 기술이 발전한다면 더 많은 창의적인 디자인이 적용 가능해질 것입니다. 

 

 

쑥쑥 크고 있는 현대자동차 디지털 디자인 부문

현대자동차는 1990년도에 처음으로 CDRS라는 소프트웨어와 함께 디지털 디자인을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전세계 자동차 디자인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Alias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죠. 디지털 디자인은 자동차 산업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디자인 프로세스가 도입되면서 가장 많이 바뀐 점은 기존의 수작업 방식에 비해 투입되는 인력, 비용, 시간이 절감됐다는 것이에요. 모든 산업화가 그렇듯, 육체적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볼 수 있죠. 대표적으로 NC밀링이라고 불리는 공작 기계가 있는데요. 수치를 입력해주면 그에 맞는 공작물을 만들어주거든요. 스케치 또는 렌더링을 3D 데이터화 해놓으면, NC밀링을 사용해서 시험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어요. 현재 대물류는 사이즈 때문에 NC를 활용하고, 소물류는 3D프린터를 활용하고 있어요.”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클레이모델을 만들던 과거에 비하면, 디지털 디자인 프로세스의 도입은 혁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디자이너 인원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요. 인도 디지털 스튜디오와 협력업체 인원을 모두 합하면, 현대자동차에서만 100명 이상의 인력이 동시에 투입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

그렇다면 디지털 디자이너의 업무를 수행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현대자동차 디지털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직무 역량을 분석해봤습니다.


“일단 모델링을 위한 Alias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겠죠? 그 외에 넙스모델링툴이나 메쉬모델링툴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게 도움이 될 거에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형능력을 키우는 것이에요. 조형능력이 부족하면 디지털3D 모델링에 어려움이 따르는데요. 예를 들어,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자동차 형상을 모델링 해야 하는데, 조형능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뻣뻣하게 생긴 형상밖에 만들 수 없는 거죠. 그래서 선의 강약과 느낌, 면의 관계성, 비례, 하이라이트의 흐름 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또한 디지털 디자이너가 디자인 분야와 설계 분야의 중간단계에 있기 때문에 요구되는 역량도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은 예술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작업이에요.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이더라도 설계조건상 한계가 있다면 적용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설계와 양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한데요. 자동차 디자인을 3D로 구현하면서 그것이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도록 하기 위해서는, 스타일링 디자이너, 설계, 공력 등의 유관부서와 원활하게 소통해야 하고, 필요할 때는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니까요.”


현대자동차 조준희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태도에 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어느 조직을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디자이너의 특성상, 디자인 개선을 위한 수정 작업이 많이 이루어지는데요. 이것을 함께 최고의 디자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의미 없는 반복 작업이라고 여긴다면 롱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긍정적 에너지로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프로 아닐까요?”

현대자동차는 3D프린터 등의 신기술을 자동차 산업에 빠르게 도입하고 있고, 산학연계나 컨퍼런스 참관 등을 통해 새로운 모델링 프로그램 연구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래 신기술 동향에 관심을 갖고 자동차 디자인의 발전을 선도하려는 큰 꿈을 갖는 자세가 디지털 디자이너를 꿈꾸는 지원자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자료출처 | 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