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체구에 지치지 않는 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인터뷰를 하러 왔을 때, 그녀는 이틀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한창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리 옆에는 갈아입은 옷을 담아놓은 쇼핑백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사무용품 대신 세면도구가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잠은 잤냐는 내 말에 2시간이라며 해맑게 웃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내 심정을 숨길 길이 없었다.


멀쩡히 다니고 있는 회사를 나와 지인과 함께 독립 프로덕션 창립멤버로 몸을 던지 그녀. 다들 취업에 목이 말라 있는데 창업이라니. 겁 없고,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리고 깨달았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얘깃거리가 있을까라는 나의 우려는 기우(杞憂)였다는 것을.

  

 

 



[#1. 비주얼 디렉터, 이선영]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 네, 안녕하세요. 전 독립 영상프로덕션 필머스(Filmus)의 비주얼 디렉터, 이선영입니다.

 


Q.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들어보니, 지금 뮤직비디오를 한창 제작중이시라고요?

 

A.  이번에 판을 좀 크게 벌렸어요. 저예산이긴 하지만, 프로급이라고 하실만한 촬영팀들이 대거 참여해주세요. 그래서 저도 거는 기대가 크답니다.

 

 

Q. 그렇군요. 근데, 이번 뮤직비디오가 첫 작품이 아니시라면서요? 첫 작품은 어떠셨나요?

 

A.  정말 죽기 살기로 찍었어요. 솔직히 영화판에서는 1000만원이면 정말 적은 돈이거든요. 보통 상업영화가 14억, 독립영화가 못해도 1억은 드니까. 스태프들도 이 일이 좋아서 한 거지, 돈보고 바라고 한 건 아니라서 제가 얼마 못 챙겨줬는데도 정말 열심히 해줬어요. 그 스태프들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작품도 그렇고요.

 

 

Q. 그렇게 열심히 만든 영화 시사회를 조그마한 클럽에서 하셨다는데, 속상하셨죠?

 

A.  속이 상했을 리가요. 그 작품은 정말 제가 좋아서 만든 작품이에요. 만든것에 의의를 두었죠. 그 때 와주신 관객들도 얼마나 감사한대요.

 

 

 

 

[#2. 디지털 YTN에서 필머스까지]

 


Q. 영상쪽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까지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학교 다니실 때는 지금의 일을 꿈꿨다고 하기에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셨네요?

 

A.  학교를 쉬지 않고 다녔죠. 휴학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좋은 학점을 받아 조기졸업도 시도했죠. 그냥 빨리 졸업해서 직장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리 급했는지 몰라요. 아직 젊은데 말이죠(웃음)

 

 

Q. 그렇게 디지털YTN에 입사하신 후, 약 2년만에 회사를 정리하셨죠? 무슨 이유가 있었나요?

 

A.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결론은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라는 거였어요. 성격 때문인지. 그 회사만의 시스템에 갇혀서 제가 움직여야 하는 게 싫었죠. 왠지 제가 하는 일이 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남의 일을 해주는 느낌. 제 인생이 없는 것 같아 싫었죠. 그래서 회사 그만 둘 때, 어쩔 줄 몰라 하는 어수룩한 행동들도 안했어요. 그냥 딱 잘라 ‘저 그만 두겠습니다’고 했죠.

 


Q. 그런데 퇴직 후에도 바로 꿈을 실현하진 못하셨네요?

 

A.  인터넷 신문기자, 스포츠 신문 기자를 거쳐 방송사 피디까지 지원했죠. 확신이란 게 없다 보니 방황이 그만큼 길어졌어요.

 


Q. 그래도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의 PD로 지원해서 당당히 최종면접까지 올라가셨어요. 그런데, 퇴사 안하고 끝까지 열심히 하겠냐는 질문에 확답을 못하셨다고요?

 

A.  심지어 망설였어요. 횡설수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했죠. 요즘도 자기 전에 그 때의 생각이 나며 이불킥을 하죠. 내가 왜 그랬을까하고 말이에요(웃음). 그런데, 전 그 상황이 창피했던 거지, 오히려 잘 됐다 싶어요. 그 순간, 전 확신을 얻게 됐으니까요. ‘아, 나만의 영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말이죠.

 


Q. 그럼, 지금의 회사는 어떻게 아시게 됐나요?

 

A.  그렇게 백수로 중, 같이 영화를 만들었던 촬영팀 중 어느 분이 프로덕션을 만든다는 거예요. 그분도 저랑 비슷한 또래신데, 국가에서 창업지원을 해주는데, 거기에 뽑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덥석 물게 되었고, 그 분이 지금 저희 프로덕션의 대표님이시죠.

 


Q. 솔직히, 회사 어떤가요?

 

A.  대표님이 제 의견에 많이 따라주세요. 이번 작품에도 손을 거의 안대셨죠. 심지어, 촬영감독으로도 참여해주시죠. 29살에 제 인생이 꽃피는 느낌이에요.

 


Q. 혼자서 영화찍을 때보다 더 좋으신가봐요?

 

A.  독립영화 시나리오를 제가 쓰긴 했지만, 그 때는 너무 모르고 덤벼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 다시 배우고 있어요. 지금 제 뮤직비디오의 조명팀으로 있는 분이 학교 다니실 때 영화를 전공으로 하신 분이라 잘 아시거든요. 꼭 대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네요(웃음)

 

 

 

 

[#3. 20대에게 던지는 직설]

 


Q. 그래도 멀쩡한 회사를 뒤로하고 이제 시작 단계인 창업회사에 들어오신건데, 불안하고 두려운 건 없으세요?

 

A.  두려울 게 뭐가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죠. 그 때, 자신이 뭘 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잊게 돼요. 그 때부터 사람은 노예처럼 살아요. 삶의 목적도 없이, 그냥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돈 버는 일은 쉬워요. 지금도 당장 아르바이트 자리 구해서 일하면 벌 수 있어요. 하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그것과 확실히 다른 거죠. 자신의 삶의 질이 결정되는 중요한 문제니까. 그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Q. 저도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 생각해요. 모두가 꿈을 잊고선 현실에 미쳐 돌아가죠.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A. 취업 준비하는 학생들 보면, 아직도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냥, 어떤 회사에 들어가서 일이나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취직이 될까요? 물론, 취업난은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쩌면 개인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원래 대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어요. 그러면, 나머지는 자연스레 중소기업을 가야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안 가려고 해요. 고생하기 싫다 이거죠. 그것부터 잘못된 생각이에요.

 

 

Q. 그런 취업준비생들에게 따로 하고 싶은 말 없으세요? 있다면, 시원하게 직설을 날려주세요.

 

A.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란 말밖엔 없을 것 같아요. 계속 덤벼봐야 단단해지죠. 그게 반복되다보며 두려움도 없어져요. 할 만 하다고 생각할 때, 그 때가 진짜에요. 무서운 추진력을 얻게 되는 거죠. 웬만한 스펙보다 그게 나을 걸요?

 


Q. 이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의 꿈은 뭐죠?

 

A. 제 꿈이요? 제 작품을 계속 만드는 거죠. 그렇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나중에는 제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한 편 제작해보고 싶네요.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작품을 말이죠.

 

 


취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언제나 자신의 ‘꿈’의 실현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해 결국은 무엇을 하겠다는 끝맺음으로 우린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말이다. 그녀에게선 그런 것들이 보였다. 자신의 지금 상황이 어떻든 상관없다. 돈이 없어도 좋고, 입고 있는 옷이 후줄근해도 좋고, 꼬박 밤을 새며 작업하고 2시간 정도의 쪽잠으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삶도 괜찮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의 대한 생각만 한다.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실패가 아니라 그로 인한 두려움이란 말하는 그녀에게선 그 어떤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 혹은 삶에 찌들어 있는 취준생들에게 고한다. 당장,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부터 찾자. 애먼 시간 낭비 말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기보다 자기의 꿈과 목표를 찾자. 그러면 뭔가 보이지 않을까? 오늘부터라도 여러분의 앞날이 좀 더 선명해지고 명확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꼭 이루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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