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영국 매클스필드(Macclesfield)에서 태어나 글래스고 예술대학(Glasgow School of Art)에서 수학한 슈리글리는 거침없는 스타일의 드로잉을 비롯하여 페인팅, 조각, 설치, 애니메이션, 음악 등 매체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활동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일상과 사람들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삶에 대한 성찰을 위트와 풍자로 담아내는 슈리글리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다 가까이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주요 작품]

 

1) Ostrich, 2009

2009년 제작된 <Ostrich>는 실제 타조의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 박제한 작품으로, 현재까지 제작된 박제 시리즈 중 가장 큰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머리를 잃은 타조는 우스꽝스럽고 위협적인 존재로 재탄생했다.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삶과 죽음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맺는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2) The Artist, 2014

<The Artist>에서는 싸구려 가발을 장착한 얼굴 형상의 예술가가 등장한다. 간단한 모터를 장착한 이 ‘로봇 예술가’는 코에 펜을 꽂은 채 부지런히 캔버스 위를 돌아다니며 드로잉을 한다. 이는 마치 Shrigley의 또 다른 자아처럼 보인다. 혹은 고정 관념이나 이성이 배제된 무의식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는 초현실주의 자동기술법(automatism)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나 이미지를 그대로 그려내는 예술가의 모습이 이 작품을 통해 다소 코믹한 형태로 재현되었다.

 

3) The Spectre, 2014

2014년 제작된 <The Spectre>의 작품 제목은 원래는 중앙에 있었던,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조각 작품을 의미한다. 자리를 비운 조각 작품 뒤에 남은 것은 중앙의 빈 좌대와 벽면을 가득 채운 298개의 드로잉으로, 이를 통해 해당 조각 작품의 형상을 추측할 수 있다. 2014년 뮌헨 피나코테크 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를 위해 제작 되었던 조각 작품은 10일 간 갤러리에 보관되었다가 어린이에서 어른, 아마추어에서 전문가까지,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100명의 그룹에 의해 그림으로 재현되었다. 당시 조각 작품은 사진으로 찍는 것이 허용되지 않은 채 폐기되었기에 전시장에 걸린 드로잉이 조각 작품의 유일한 증거이자 마지막 유적으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