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백현진 《부엌중심 : Kitchenism》

 

갤러리 지우헌은 3월 15일부터 4월 22일까지 김태윤과 백현진의 《부엌중심 : Kitchenism》을 개최한다.

김태윤은 시간과 장소를 채집해 각각을 주체로 치환 및 재배치 하면서 경도된 시간성을 비트는 영상 설치와 사운드 믹스 그리고 그 과정의 잔상을 패턴화 한 드로잉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백현진은 생활 저변에 깔린 자연적·인위적 현상과 함께 문명과 감정을 숙고하며, 비정형의 언어인 회화, 설치작업, 퍼포먼스, 사운드 그리고 음악, 문학, 연기 등을 직관적인 그만의 방식으로 가로지르며 예술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작업 언어를 그들의 공통된 개인적 취향으로 버무린 신작을 특별히 공개한다. 김태윤은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난 뒤 읽은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에서 ‘때묻고 케케묵은 새로운 것’이라는 구절에 번뜩해 영상 작업을 구상했고, 평소 부엌일을 좋아하는 백현진은 이에 맞장구를 치며 퍼포먼스와 사운드 디자인에 참여했다.

 

김태윤은 매끈하고 하얀 접시들이 빈 회색 공간을 회전하다 쓰러지는 3D 영상 <접시춤(Dancing Plates)>(2023), 물이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찍어 확대한 영상 <무심코, 불현듯이(Stumble on)>(2023),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 영상 <선명한 혼돈(Transparent Chaos)>(2023)을 LED 판넬과 태블릿 PC 화면에 담았다. 백현진은 기하학적 형태에 율동성을 부여한 <견고한 흐느적(Solid Swaying)>(2020-2021), 선의 덩어리를 주체적인 패턴으로 특정한 <Yourback001>(2019), 자연으로 사라지는 예술에 대한 고찰을 담은 <생분해 가능한 것 21-04(Biodegradable Thing 21-04)>(2021) 등의 페인팅 작품들을 벽면에 걸었다. 전시장 전면에는 설거지 소리를 재료로 디자인한 백현진의 사운드가 흐른다. 이 사운드는 김태윤의 영상작품 각각과 묘하게 싱크가 맞아떨어지며 공간을 하나로 묶는데, 여기서 가상의 부엌이 탄생한다. 평면작품들은 컬렉터의 부엌에 걸린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 영상작품은 그런 부엌의 정경을 실시간으로 반복 송출하는 TV 채널이 된다. 이 외에 인테리어용 타일을 비롯하여 전시장 곳곳에 투척된 식칼, 채반, 키친 타올, 깨진 접시, 삼겹살 모형은 비현실적 오브제로 작동하며 부엌을 구색한다. 생활 환경으로 상정했지만 외려 환상에 가까운 전시공간은 관람객에 방백처럼 공명하며 사적이고 명상적인 시공간을 제공한다.

 

본 전시에는 두 사람이 합심해 일종의 침례 의식을 치르는 것 같은 흥미로운 조우가 있다. 그들이 미시적으로 감각하고 재현한 주변 현상은 실재를 근거로 경험될 수 있는 현실에의 초월 가능성을 확장 시켜준다. 그리고 그것은 진흙탕 속에 가려진 생명충동을 포착하고 그로부터 발현되는 일상의 숭고미를 보여준다.